지난해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563만 명으로 늘었지만 자진반납률은 2%대에 머물러 있다. 반납이 저조한 것은 이동권 공백 탓이며, 정부는 전면 금지 대신 조건부 면허를 검토 중이다. 반납을 권하기 전에 거주 지자체의 지원 금액과 대상 조건, 대체 이동수단부터 확인해야 한다.
나이 자체는 반납의 기준이 아니다. 봐야 할 것은 운전 중에 드러나는 변화다. 주차하다 범퍼를 긁는 일이 잦아졌는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순간 헷갈린 적이 있는지, 차선을 밟거나 넘는 횟수가 늘었는지 떠올려 보자. 평소 다니던 길에서 방향을 놓치거나, 밤 운전을 슬슬 피하기 시작했다면 본인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다.
실제로 지난 추석 연휴에는 1953년생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면서 맞은편 가족이 다치는 사고가 보도됐다. 도로교통공단 집계로 2024년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4만2369건, 전체의 21.6%였다. 고령 운전자가 많아진 만큼 사고도 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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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자진반납 제도는 2018년부터 시행됐다. 반납 자체는 어렵지 않다. 경찰서 민원실이나 운전면허시험장에 신분증과 면허증을 가지고 가면 접수된다. 일부 지자체는 주민센터(행정복지센터)에서 반납과 지원금 신청을 한 번에 받는다.
다만 한 번 반납하면 다시 운전하려 할 때 처음부터 면허를 따야 한다. 당장의 혜택보다 "앞으로 운전을 그만둘 것인가"라는 결정이 먼저라는 점을 부모님과 분명히 해 두는 편이 좋다.
반납하면 지자체가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를 준다. 금액은 지역에 따라 10만~50만 원으로 폭이 넓다. 서울시는 2026년 1월 28일부터 70세 이상(195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 어르신에게 2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예산 소진 때까지 지원한다. 이 카드는 버스·택시와 티머니 가맹점에서 쓸 수 있고, 지하철 무임승차는 별도의 어르신 교통카드를 쓴다.
확인할 항목은 세 가지다. 거주지 지자체의 현재 지원 금액, 대상 연령과 거주 기간 조건, 그리고 과거 수혜 이력이다. 금액과 조건은 조례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예산이 떨어지면 조기 마감되기도 한다. 반납 전에 시·구청 교통 부서나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운전이 생계이거나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라면 반납이 곧 이동권 상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정부도 전면 금지 대신 '조건부 면허'를 검토하고 있다. 2024년 5월 발표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에 야간·고속도로 운전 제한, 거주지 반경 내 운전,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장착 차량만 허용 같은 방안이 거론됐다. 75세 이상의 면허 갱신 주기를 줄이고 인지기능 검사를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국회에 올라 있다.
제도가 자리 잡기 전이라면 가족이 먼저 대안을 그려 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장거리·야간 운전만 가족이 맡고 동네 운전만 남기기, 콜택시·마을버스·복지 차량 같은 지역 이동 지원 파악하기, 병원·장보기 동선 재설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통계나 사고 뉴스를 들이대며 "위험하다"고 단정하면 대화는 방어로 끝난다. 설득력은 숫자가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에서 나온다. "지난번 주차장에서 긁었을 때 많이 놀라셨죠" 같은 실제 경험에서 출발해, 반납이 운전을 뺏는 게 아니라 이동 방법을 바꾸는 일임을 보여 주는 편이 낫다.
한 번의 대화로 끝낼 일도 아니다. 신호를 함께 점검하고, 지자체 혜택과 대체 이동수단을 같이 알아보고, 결정은 본인이 내리도록 두는 것. 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선택지를 넓혀 드리는 쪽이 결국 반납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