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때 지하주차장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건 침수이고, 물이 바닥에 차오르기 시작하면 차는 포기하고 사람부터 대피하는 것이 행정안전부 행동요령의 제1원칙이다. 차를 미리 뺄지 둘지는 주차장 위치가 가르는데, 저지대·하천변·침수 이력이 있는 곳은 예보 단계에서 지상으로 옮기고 고지대 대형건물은 두어도 되지만 신세계 강남점처럼 출차가 수 시간 지연될 수 있다. 내 주차장의 침수 이력과 지형을 미리 파악하고 비상 탈출 망치와 연료·생수 같은 준비를 폭우 전에 갖춰 두는 것이 핵심이다.
폭우 때 지하주차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물이 차올라 차와 사람이 잠기는 침수, 다른 하나는 물에 잠기지는 않았지만 교통이 막혀 몇 시간씩 나오지 못하는 출차 지연이다. 둘은 위험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지난 10월 18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이용객들이 지하주차장에 다섯 시간 넘게 갇혔다. 이날 돌풍을 동반한 폭우로 주변 도로가 극심하게 정체됐고, 주말 인파까지 겹쳐 출차가 밀린 탓이다. 차가 물에 잠긴 건 아니었다. 같은 날 전국에서 호우·강풍 피해 신고가 700건을 넘었다. 이 사례는 침수가 아니라 '갇힘'에 가깝다.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분명하다. 생명을 위협하는 건 침수이고, 판단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도 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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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예보가 떴을 때 차를 지상으로 옮길지 말지는 주차장이 어디에 있느냐가 결정한다.
| 상황 | 권장 행동 | 이유 |
|---|---|---|
| 저지대·하천변·침수 이력 있는 지하주차장, 폭우 예보 | 미리 지상·고지대로 이동 | 경사로로 물이 들기 시작하면 차를 빼기 어려움 |
| 바닥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 | 차 포기, 사람 먼저 대피 | 수압·급격한 수위 상승, 차 빼다 숨진 사례 |
| 고지대·배수 양호한 대형건물 | 그대로 두어도 무방 | 침수 위험 낮음, 다만 출차 지연은 각오 |
핵심은 내 주차장의 과거 침수 이력과 주변 지형이다. 하천과 가깝거나 동네에서 지대가 낮은 곳, 2022년처럼 큰비에 물이 찼던 전력이 있는 곳이라면 예보 단계에서 미리 지상이나 높은 곳으로 옮기는 편이 안전하다. 반대로 지대가 높고 배수 설비가 잘 갖춰진 신축 대형건물이라면 억지로 뺄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것이다. 바닥에 물이 조금이라도 차오르기 시작하면 차는 포기하고 사람부터 나와야 한다.
행정안전부 행동요령은 빗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차량을 밖으로 옮기지 말라고 못 박는다. 경사로로 물이 들이치면 수압 때문에 차를 지상으로 올리기가 매우 어렵고, 수위는 순식간에 천장 부근까지 찰 수 있다. 2022년 집중호우와 태풍 때 차를 빼러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가 숨지는 일이 잇따랐고, 이를 계기로 행동요령이 보완됐다.
차에서 빠져나올 때도 요령이 있다. 물이 무릎 이상 차면 수압으로 문이 잘 열리지 않으니 시동과 전원을 끄고 여러 명이 함께 밀어 연다. 신발은 장화보다 운동화가 대피에 유리하다.
신세계 사례처럼 물은 안 들어오는데 나가지 못하는 상황은 생명을 위협하진 않는다. 그래도 오래 버티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용객은 당시 주차장 온도가 40도를 넘었다고 했다. 환기가 안 되는 지하에서 수많은 차가 한꺼번에 냉방을 돌리면 온도와 공기 질이 나빠진다. 공회전 냉방을 길게 할 때는 창문을 조금 열어 두고, 노약자와 어린이, 반려동물이 타고 있다면 특히 상태를 자주 살펴야 한다. 출차가 하염없이 밀린다면 무리하게 끼어들기보다 차를 두고 나왔다가 나중에 찾는 선택도 있다. 신세계는 다음 날까지 추가 요금 없이 차를 뺄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