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2026년 3월 공공조달·보조금에 'EU산' 요건을 붙이는 산업가속화법을 제안했고 전기차는 배터리를 뺀 부품 가치의 70%를 역내에서 생산해야 혜택을 받는 조건이 담겼다. 이는 유럽에서 파는 차와 배터리에 적용되는 규제여서 현대차·기아의 유럽 수출·현지생산 전략엔 변수지만 국내에서 사는 신차 가격이나 출고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한국을 'EU산에 상응하는' 파트너로 인정받는지와 70% 기준의 최종 확정 여부가 실제 영향 크기를 가르므로 그 두 가지를 지켜봐야 한다.
EU 집행위원회가 2026년 3월 4일 내놓은 산업가속화법(IAA)의 핵심은 간단하다. 유럽의 공공조달과 각종 보조금에 'EU 안에서 만들었는가'라는 조건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 의존을 낮추고 역내 산업을 키우겠다는 목적이다.
법안은 아직 제안 단계다. 유럽의회가 9월 수정안을 냈고, 연말까지 집중 검토가 예정돼 있다. 세부 기준은 더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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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쪽 조항이 특히 눈에 띈다. 보도를 종합하면, 유럽에서 전기차를 팔며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를 제외한 차 부품 가치의 최소 70%를 EU 안에서 생산해야 한다. 차량을 EU 내에서 조립해야 한다는 요건도 함께 거론된다.
적용 폭도 좁지 않다. 회원국은 차량 관련 예산의 100%에 이런 요건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배터리는 셀뿐 아니라 양극활물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같은 핵심 부품까지 EU산 요건이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구조라고 한국자동차연구원 등이 분석했다.
한 가지 단서가 중요하다. EU 공식 문서에는 'EU 원산지 또는 이에 상응하는(equivalent)' 요건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이 '상응' 인정 기준을 어떻게 짜느냐가 한국산의 실제 차별 여부를 좌우한다.
여기서 구매 예정자가 가장 궁금해할 지점을 분명히 하자. 이 법은 '유럽에서 파는 차와 배터리'에 적용되는 규제다. 한국 소비자가 국내에서 사는 신차의 가격이나 출고 일정을 직접 올리거나 늦추는 규제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 영향이 온다면 그것은 간접 경로다. 완성차·배터리 회사가 유럽 대응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생산·가격 전략 전반을 조정할 때 멀리서 파급되는 식이다. 적어도 지금 당장 전시장 가격표가 이 법 때문에 바뀌지는 않는다.
영향이 실제로 큰 쪽은 수출과 현지생산이다.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 전기차 14종가량을 팔고 있고, 2024년 유럽 판매가 100만 대 규모다. 문제는 주력 전기차 상당수가 한국에서 만들어져 수출된다는 점이다. 70% 요건이 확정·시행되면 공급망 조정이 불가피하다.
두 회사는 이미 현지화를 진행 중이다. 기아는 EV4·EV2를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만들고, 현대차는 체코 공장에서 신형 전기차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요건이 강해질수록 '유럽에서 만들어 유럽에서 파는' 비중을 늘려야 하는 숙제가 커진다.
배터리는 양면적이다. 중국산 셀·부품에 기대던 공급망은 역내 조달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LG에너지솔루션(폴란드), 삼성SDI·SK온(헝가리)처럼 유럽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에는 기회다. 중국 의존을 줄이려는 유럽 완성차와 손잡을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같은 규제가 누구에게는 벽, 누구에게는 문이 되는 셈이다.
결과를 가늠하려면 다음을 보면 된다.
지금은 "국산차 사면 손해"라고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 국내 구매 결정과는 거리가 있는, 유럽 수출 구조의 문제다. 다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가격과 선택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인 만큼, 위 세 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