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호우철엔 낙엽이 빗물받이를 막아 저지대와 지하차도에 물이 빠르게 고이고, 물 깊이가 타이어 절반을 넘으면 수압 때문에 차 문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비로 노면이 젖으면 제한속도의 20%, 폭우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면 50%를 줄이도록 정하고 있어 평소보다 속도와 차간거리 관리가 중요해진다. 지하주차장이나 지하차도에 물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차를 포기하고 즉시 대피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좋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물이 깊게 고이는 지점은 무작위가 아니다. 주변보다 낮은 저지대, 지하차도 입구, 교각 아래를 지나는 하부도로, 그리고 빗물받이 바로 옆이 상습 구간이다. 특히 가을에는 떨어진 낙엽이 빗물받이를 덮어 물 빠짐을 늦추기 때문에, 평소 잘 빠지던 도로에도 물이 고일 수 있다.
지난 10월 18일 서울에 쏟아진 비가 그런 경우였다. 강북 지역은 시간당 53.5mm, 누적 65mm의 비가 내렸고, 증산교 하부도로가 통제됐으며 하천 29곳이 통제됐다. 시간당 50mm를 넘기는 비는 배수 용량을 금세 넘어선다.
운전 중 이런 구간이 보이면 우회로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 안전하다. 특히 지하차도와 하부도로는 물이 한쪽으로 모이는 구조라, 지상 도로보다 빠르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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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물 깊이를 밖에서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준이 하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전문가는 물이 타이어 절반 높이를 넘어 차오르면 즉시 주행을 멈추고 빠져나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높이를 넘으면 바깥 수압 때문에 차 문이 밀려 열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로에 물이 고여 있거나 바퀴 높이 이상으로 차오르는 상황이라면, 무리하게 통과하지 않는 쪽이 맞다. 앞차가 지나갔다고 내 차도 괜찮다는 보장은 없다. 바닥 지형과 차고가 다르고, 물은 계속 깊어지고 있을 수 있다.
비 오는 날 속도를 줄이는 것은 운전 습관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비가 내려 노면이 젖었을 때는 제한속도의 20%를, 폭우·폭설·안개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이거나 노면이 얼었을 때는 50%를 줄이도록 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2026년 3월부터 날씨와 노면 상태에 맞춰 바뀐 제한속도로 과속을 단속하고 있다.
수치로 바꿔 보면 체감이 된다. 제한속도 80km 도로라면 비로 노면이 젖었을 때는 64km, 앞이 잘 안 보일 만큼 퍼붓는 폭우에서는 40km가 기준이 된다. 젖은 노면은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수막현상도 생기므로, 앞차와의 거리도 평소의 1.5배 정도로 넓혀 두는 것이 좋다.
가장 많은 사망 사고가 난 곳이 지하 공간이다. 행정안전부 국민행동요령은 지하주차장에 물이 조금이라도 차오르면 차량을 그대로 두고 즉시 빠져나오라고 안내한다. 차를 밖으로 빼거나 상태를 확인하러 주차장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2022년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때 차를 빼러 갔던 주민들이 숨진 사고가 이 지침을 강화한 계기였다.
경사로를 따라 물이 들어오면 5~10분 만에 천장 부근까지 찰 수 있고, 지하 계단에 물이 40cm 이상 차면 어린이나 노약자는 오르기 어렵다. 지하차도도 같다. 전방 지하차도로 물이 흘러드는 게 보이면 진입하지 말고, 이미 지나는 중에 물이 들어오면 차를 두고 즉시 대피해야 한다.
물에 잠긴 차는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지만, 그 안에 있던 사람은 그렇지 않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판단이 가장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