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토해 온 조건부 면허는 고령·고위험 운전자의 면허를 전면 취소하는 대신 야간·고속도로 운전이나 운전 반경을 제한해 유지시키는 방식으로, 아직 확정된 제도가 아니라 논의 단계다. 나이만으로 반납을 압박하던 기존 틀과 달리 실제 운전능력에 따라 허용 범위를 나누자는 접근이지만, 연령 차별과 이동권·생계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돼 왔다. 부모의 운전이 걱정된다면 제도 도입을 기다리기보다 야간·장거리 운전, 안전장치 장착, 최근 건강검사 결과부터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금까지 고령 운전자 정책은 사실상 두 갈래였다. 면허를 계속 쓰거나, 아예 반납하거나. 조건부 면허는 그 사이에 선을 하나 더 긋는 방식이다. 운전능력 평가 결과에 따라 운전을 허용하되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막거나, 집에서 일정 반경 안에서만 몰도록 범위를 좁힌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을 단 차량만 허용하는 안도 함께 거론된다.
중요한 전제가 있다. 세계일보가 경찰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 제한 방식들은 아직 논의 단계이고 확정된 제도가 아니다. 며칠 뒤부터 야간 운전이 금지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도 설계를 두고 찬반이 오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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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제도는 통과 아니면 탈락에 가깝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면허를 갱신하면서 2시간짜리 교통안전교육을 의무로 받고, 여기에 인지능력 자가진단이 포함된다. 문제는 결과가 운전 허용 범위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사를 통과하면 종전과 똑같이 모든 도로를 운전하고, 통과하지 못하면 면허 자체가 흔들린다. 그 사이의 단계가 없다.
조건부 면허는 이 이분법을 쪼갠다. 같은 검사에서 야간 시력이나 반응속도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오면 면허를 빼앗는 대신 낮에만, 집 근처에서만 같은 조건을 붙여 운전을 이어가게 한다. 평가가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관문이 아니라 운전 범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바뀌는 셈이다. 국회에는 75세 이상 갱신 주기를 2년으로 줄이고 인지기능검사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올라 있어, 검사 자체를 강화하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조건부 면허는 새로운 발상이 아니다. 미국은 주마다 운영한다. 캘리포니아는 자택에서 10마일 이내, 야간·고속도로 금지 같은 제한 면허를 발급하고 일리노이는 집 주변 병원·교회 등으로 운전 범위를 묶는다. 미 도로교통안전청 자료 기준으로 49개 주와 워싱턴 D.C.가 고령 또는 의학적 위험 운전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조건을 걸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효과가 조건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아이오와주 연구에서 속도와 지역을 제한하자 사고율이 약 25% 낮아졌지만, 주간 운전만 허용하는 제한은 사고 감소와 뚜렷한 관련이 없었다. 고령 운전자 상당수가 시키지 않아도 이미 밤 운전을 피하기 때문이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75세 이상에게 매년 의료검진을, 85세 이상에게는 도로주행시험까지 요구하되 부적합 판정을 받아도 병원이나 장보기 같은 생활 목적 운전은 조건부로 남겨둔다.
반대 목소리의 핵심은 나이가 능력의 증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2024년 5월 정부가 조건부 면허 검토를 대책에 담았다가 하루 만에 특정 연령을 겨냥하지 않는다며 대상을 고위험 운전자로 고친 일이 이 긴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숫자를 보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2021년 401만 명에서 지난해 563만 명으로 40% 넘게 늘었다. 반면 자진반납률은 2%대에 머문다. 특히 농사짓는 고령 면허 소지자의 94.8%는 생계와 대중교통 부족을 이유로 반납할 뜻이 없다고 답했다. 운전을 막는 일이 곧 생활을 막는 일이 되는 지역이 있다는 뜻이다. 조건부 면허가 전면 금지보다 이동권 충격이 작다는 점이 오히려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제도는 아직 멀었다. 그래서 가족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제도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조건부 면허가 들여다보려는 항목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다.
판단은 이렇게 잡을 수 있다. 위 항목 가운데 야간이나 장거리에서 위험이 반복된다면, 면허를 당장 반납하는 결정에 앞서 낮에 가까운 거리만이라는 자발적 조건부터 가족이 합의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완전한 반납은 생계나 병원 통원을 함께 설계한 다음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