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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상식

급발진 의심될 때, 기록 확보 순서가 결과를 바꾼다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고에서 결정적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과 EDR 기록은 사고 직후 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보존 여부가 갈린다. 블랙박스는 용량이 차면 덮어쓰이고 EDR은 충돌 직전 약 5초만 남기기 때문에, 순서를 알고 움직여야 한다. 메모리카드 원본을 먼저 분리해 백업하고, 제작사와 경찰을 통해 EDR을 확보하며, 평소 녹화 설정을 점검해두면 분쟁에서 근거를 남길 수 있다.

차 사기 전에·2026. 10. 10.
급발진 의심될 때, 기록 확보 순서가 결과를 바꾼다

블랙박스 영상부터 지켜라, 자동으로 보존되지 않는다

급발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수 있는 증거가 블랙박스 영상이다. 블랙박스는 계속 녹화하지만 메모리 용량이 차면 오래된 영상부터 덮어쓴다. 사고 충격으로 전원이 끊기거나 충격 감지 저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정작 필요한 장면이 몇 시간 뒤 일반 주행 영상에 밀려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사고 직후에는 녹화를 멈추고 메모리카드를 빼두는 것이 1순위다. 차를 다시 몰면 그 순간부터 새 영상이 쌓인다. 휴대전화로 화면을 다시 촬영해두는 것은 보조 수단일 뿐이고, 법적 다툼에서는 원본 파일이 더 신뢰받는다. 가능하면 카드를 컴퓨터에 그대로 복사해 파일명과 녹화 시각을 유지한 채 보관한다.

전방 영상만 챙기면 안 된다. 후방이나 실내 카메라가 있다면 함께 확보하고, 주변 상가 CCTV나 상대 차량 블랙박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사고 당일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CCTV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

EDR은 충돌 직전 '5초'만 남긴다

traffic accident investigation

Photo by Anthony Maw on Unsplash

EDR(사고기록장치)은 흔히 자동차의 블랙박스라고 불리지만 영상이 아니라 숫자를 기록한다. 에어백이 터질 만한 충격이 감지되면 그 직전 상황을 저장하는 장치다. 문제는 길이다. 현행 규정상 EDR이 남기는 운행정보는 충돌 직전 약 5초에 불과하다. 2022년 12월 강릉에서 한 운전자가 급발진을 의심하며 12세 손자를 잃은 사고 당시, 차량은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30초가량 질주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할 수 있었던 데이터는 사고 직전 5초뿐이었다.

기록 방식에도 맹점이 있다. 자동차관리법은 제작사가 EDR에 15개 항목을 기록하도록 정하는데, 가속페달은 얼마나 밟았는지 변위량(%)으로 남지만 브레이크는 밟았는지 아닌지(ON/OFF)만 남는다. "세게 밟았는데 차가 안 섰다"는 주장을 데이터로 뒷받침하기 어려운 구조다. 가속페달은 보통 99%부터 '풀 액셀'로 평가된다.

이 한계 탓에 EDR 하나만으로 급발진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블랙박스 영상, 특히 운전자의 발 움직임이 담긴 영상이 EDR과 함께 있어야 판단의 폭이 넓어진다.

EDR 기록, 누구에게 어떻게 요청하나

EDR 데이터를 손에 넣는 경로는 크게 둘이다.

첫째는 제작사다. 자동차관리법은 차량 소유자 등이 요구하면 제작사가 EDR에 기록된 내용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다. 2012년 법 개정 전에는 기록 공개 여부를 두고 소유자와 제작사가 다퉜지만, 이후 소유자의 요청권이 법에 들어왔다. 서면으로 요청하고, 받은 자료는 원본 그대로 보관한다.

둘째는 수사기관이다. 사망이나 중상 사고라면 경찰이 사고 조사에 들어가고, EDR과 블랙박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2024년 7월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서도 국과수가 EDR과 블랙박스를 정밀 감식했다. 이때 차량에서 EDR을 분리해 봉인·보관하면 조사의 공정성 시비를 줄일 수 있다.

보험사 통지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다만 보험사와 제작사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원본 증거는 운전자 측이 따로 확보해 둔 상태에서 절차를 진행하는 편이 안전하다.

급발진 주장과 운전 미숙, 기록이 가른다

분쟁의 핵심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느냐"다. EDR이 사고 직전 가속페달 100%, 브레이크 미작동으로 찍히면 수사와 재판은 운전 미숙 쪽으로 기우는 흐름이 강하다. 강릉 사고 유가족은 차가 전복된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계속 밟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EDR 기록의 신뢰성 자체를 문제 삼아 약 7억6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시청역 사고에서도 국과수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90% 이상 밟았고 제동 흔적은 없었다고 봤다.

여기서 운전자 측이 기댈 수 있는 것이 블랙박스다. EDR이 5초만 남기는 반면 블랙박스는 사고 전 상황을 길게 담고, 브레이크등 점멸이나 발 움직임이 찍혀 있으면 "밟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두 기록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도는 바뀌는 중이다

피해자가 제작사의 결함을 홀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시청역 사고 뒤 정부는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을 고쳐, 차량이 운전자 의도와 다르게 작동해 사고가 났는데 제작사가 결함 조사 자료를 내지 않으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도록 했다. 과거에는 인명 피해가 없으면 결함을 추정하지 않았지만 그 요건도 없앴다. 관련 과태료 기준은 2024년 8월 14일부터 시행됐다.

기록장치 자체도 손보고 있다. 2024년 2월 개정으로 EDR 장착은 2025년 2월 14일부터 의무가 됐고, 국회에서는 운전자의 페달 조작을 영상으로 남기는 페달영상기록장치를 달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숫자만 남기는 EDR의 한계를 영상으로 메우자는 취지다. 세부 적용 범위와 일정은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고 전에 미리 해둘 것

급발진은 예고 없이 온다. 사고가 난 뒤 허둥대지 않으려면 평소 준비가 결과를 가른다.

  • 블랙박스가 상시 녹화와 충격 감지(이벤트) 저장 모드로 설정돼 있는지 확인한다.
  • 메모리카드는 소모품이다. 여름 폭염에 손상되면 정작 필요한 순간 녹화가 안 될 수 있으니 몇 달에 한 번 정상 녹화를 점검하고, 수명이 다하면 교체한다.
  • 2채널(전·후방) 이상을 쓰고, 가능하면 운전자의 발과 페달이 보이는 실내 촬영도 고려한다.
  • 사고 직후 행동 순서를 외워둔다. 안전 확보와 부상자 신고가 먼저이고, 상황이 정리되면 녹화를 멈추고 카드를 분리한다.

데이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진다. 급발진이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기록을 남겨두는 것은 운전자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출처

  1. (전기차 급발진 논란)②"제작사 면죄부"…사고기록장치 EDR '유명무실'
  2. 국토부 결국 칼 빼 들었다…시청역 급발진 후폭풍
  3. 車 급발진 사고시 'EDR' 공개 의무화
  4.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안이유(사고기록장치 장착 의무화·페달영상기록장치)
#급발진#EDR#사고기록장치#블랙박스#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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