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완전자율주행(FSD) 옵션값을 돌려 달라는 테슬라 차주 98명의 1심 소송에서 차주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FSD'라는 이름이 아니라 계약서가 약속한 기능 범위를 기준으로 삼았고, 일부 기능이 이미 제공된 점을 들어 계약 불이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료 운전자보조 옵션을 살 때는 명칭 대신 계약서의 배포 시점 약정과 기능 범위, 내 차의 하드웨어·생산지 지원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옵션 값을 돌려 달라는 차주들의 1심 소송에서 차주 측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차주 98명은 2024년 12월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냈다. 오래 기다렸는데 약속한 자율주행이 구현되지 않았으니 계약을 무르고 돈을 돌려 달라는 취지였다. 차주 측은 수년째 완전자율주행이 구현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해진 상태이며, 테슬라가 제품의 본질적 성질을 오인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보도된 판단의 핵심은 간단하다. 법원은 'FSD'나 '완전자율주행'이라는 상품 이름이 아니라, 계약서가 실제로 제공하기로 한 기능의 범위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름만 보면 운전자가 손을 떼도 되는 최고 수준의 자동화를 떠올리지만, 법원은 그 옵션이 운전자의 지속적인 주의와 개입이 필요한 기능을 포함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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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을 뜯어보면 세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 일부 기능은 이미 제공되고 있었다. 차선 유지, 앞차와의 거리 조절, 자동 주차 같은 기능이 작동하는 이상,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돈을 낸 만큼의 일부는 이미 받아 쓰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둘째, 하드웨어 세대 차이가 곧 계약 불이행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구매 당시 적용된 장비와 계약 내용을 기준으로 봐야 하고, 장비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행이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셋째, 지연의 책임을 곧바로 테슬라에 돌리기 어렵다고 봤다. 추가 기능은 기술 발전과 법적 승인에 따라 확대되는 구조이고, 그 시점이 애초에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재판에서 "구매계약서에 특정 시점까지 제공한다는 확정 약정이 없고, 시내 주행 기능이 늦어진 것은 자율주행을 고속도로로 한정한 국내 규제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세 이유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무엇을 언제까지 준다"는 약속이 계약서에 분명히 적혀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대와 실제 약정 사이의 틈을, 법원은 소비자가 아니라 계약 문구를 기준으로 메웠다.
이 판결이 구매자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마케팅 명칭이 아니라 계약 문구가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FSD나 유사한 유료 운전자보조 옵션을 살 때 다음을 확인하는 게 좋다.
구매 상담에서 들은 설명과 종이에 적힌 약정이 다르면, 효력을 갖는 쪽은 종이에 적힌 약정이다. 구두 약속은 나중에 입증하기도 어렵다.
테슬라는 FSD를 당장의 기능이 아니라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한다. 뒤집어 말하면, 선불한 돈이 언제 어떤 기능으로 돌아올지는 계약이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1심이 그 지점을 확인해 줬다.
판단 기준은 이렇게 잡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기능의 값만으로도 지불할 만하다면 사도 좋다. 반대로 "언젠가 완전자율주행이 될 테니"라는 기대가 결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그 기대는 계약서가 지켜 주지 않는다.
마침 국내 FSD는 900만 원대 일시불에서 월 구독 방식으로 옮겨 가고 있다. 선지불 부담이 줄어든 만큼, 큰돈을 한 번에 넣기보다 구독으로 실제 기능을 먼저 써 보고 판단하는 편이 위험이 작다. 참고로 이번 판결은 1심이어서, 차주 측이 항소하면 상급심에서 결론이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