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30년까지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지금 팔리는 승용차의 '자율주행' 옵션은 거의 모두 레벨2다. 레벨이 한 단계 오를 때 실제로 바뀌는 것은 기능이 아니라 사고 시 책임을 지는 주체이며, 그래서 국내 승용차의 레벨3 양산은 계속 미뤄져 왔다. 신차 옵션값은 '곧 나올 상위 레벨'이 아니라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레벨2 기능만 보고 판단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신차 카탈로그에 적힌 '자율주행', '반자율주행'이라는 말은 대부분 레벨2를 가리킨다. 레벨이 한 칸 올라갈 때 바뀌는 핵심은 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지느냐다.
레벨2는 차가 조향과 가감속을 동시에 도와주지만 운전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운전자는 늘 전방을 주시하고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사고 책임도 운전자에게 있다. 레벨3부터 성격이 달라진다. 정해진 조건 안에서는 시스템이 주행을 맡고, 운전자는 잠시 전방 주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시스템이 요청하면 즉시 운전대를 넘겨받아야 한다. 레벨4는 설계된 운행 영역 안에서는 운전자의 개입 자체가 필요 없는 단계다.
| 구분 | 주행 담당 | 운전자 역할 | 예시 |
|---|---|---|---|
| 레벨2 | 운전자(차가 보조) | 항상 주시·즉시 대응 | 현재 신차 대부분 |
| 레벨3 | 조건부로 시스템 | 평소 해제, 요청 시 개입 | 국내 양산 지연 |
| 레벨4 | 시스템 | 영역 내 개입 불필요 | 서울 자율주행버스 |

Erik Mclean
서울시는 현대차·기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손잡고 2030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50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2028년 기술 개발과 상용화 절차, 2029년 운행 체계 도입을 거쳐 노후 버스를 대차하며 500대를 채우는 일정이다. 이미 2024년 11월부터 도봉산역~영등포역 등 네 개 노선에서 시범 운행이 이뤄지고 있다.
버스가 승용차보다 먼저 레벨4로 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버스는 정해진 노선만 달린다. 운행 구간이 제한돼 있고, 뒤에서 실시간으로 관제하는 센터와 비상 대응 체계가 받쳐 준다. 현대차가 맡은 몫도 전장 11m 전용 버스와 이중화 부품, 관제 플랫폼이다. 즉 레벨4가 작동하는 '영역'을 좁게 묶어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개인 승용차는 반대다. 어디로 갈지 정해져 있지 않고, 관제센터가 따라붙지도 않는다. 모든 도로에서 시스템이 책임지고 달리는 일은 훨씬 어렵다. 서울 도심을 달리는 레벨4 버스를 보더라도, 그 기술이 곧 당신의 승용차에 내려온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 승용차의 레벨3 양산은 계속 미뤄져 왔다. 제네시스 G90은 레벨3를 처음 적용하겠다고 했다가 2023년 출시 때 결국 그 기능을 뺐고, 이후 신차들도 법적 책임을 지는 레벨3 대신 사실상 레벨2 상위에 머무는 방향이 이어졌다. 그래서 지금 돈을 주고 사는 옵션은 레벨2라고 보는 게 맞다.
옵션 비용을 따질 때는 몇 가지만 분명히 하면 된다.
이 조건이라면, 출퇴근이 고속도로 중심인 운전자는 레벨2 주행 보조에 값을 치를 만하고, 그렇지 않다면 상위 레벨을 기대하며 비용을 더하기보다 지금 쓰는 기능만 보고 결정하는 편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