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현대차그룹이 10월 21일 차량용 반도체 원팀을 꾸려 2029년 양산차에 국산 반도체를 넣겠다고 밝힐 만큼, 신차는 엔진 제어부터 전력 배분까지 반도체에 기대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반도체 칩을 따로 교체하는 게 아니라 그 칩이 든 제어기·전장 부품 단위로 보증을 받으며, 자연 고장은 보증으로 사고 파손은 보험으로 갈린다. 계약 전 일반 보증과 파워트레인 보증, 전기차 전용 부품 보증의 범위를 구분하고 주행보조 센서 같은 고가 부품이 자차보험에서 어떻게 보상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요즘 신차에서 멈추거나 경고등이 뜨는 지점은 기계가 아니라 전자장치인 경우가 많다. 엔진과 브레이크를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전기차의 전력을 바퀴와 배터리로 나눠 보내는 일을 모두 반도체가 맡는다. 여기에 카메라와 레이더로 앞차를 읽는 주행보조 장치, 큰 화면의 인포테인먼트까지 더해지면 차 한 대에 들어가는 전자 부품은 계속 늘어난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10월 21일 '차량용 반도체 원팀'을 꾸린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현대모비스는 개발 중인 반도체 13종 가운데 9종을 적용할 차종을 정해 2029년 양산차에 넣기로 했다. 국산화율이 아직 5%에 못 미쳐 2030년 10%를 목표로 할 만큼 수입 의존이 크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부품이 늘수록 고장과 수리의 성격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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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알아둘 것은, 소비자가 고장 난 반도체 칩 하나를 떼어 교체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대부분 제어기(ECU)나 센서 모듈 안에 박혀 있어, 문제가 생기면 그 제어기나 전장 부품을 통째로 교체한다. 따라서 보증이 적용되는지는 '반도체가 고장 났는가'가 아니라 '그 부품이 어느 보증 범주에 들어가는가'로 갈린다.
일반적으로 신차 보증은 두 축이다. 차체와 일반 부품은 3년 또는 6만km, 엔진과 동력 전달 계통은 5년 또는 10만km가 기본이다. 전기차 배터리나 구동 모터 같은 전용 부품은 이와 별도로 더 긴 보증이 붙는 경우가 많다. 다만 모델과 연식에 따라 기간이 다르므로, 내가 사려는 차의 보증서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보증 안에서도 무상 수리는 '제조상 결함에 따른 자연 고장'에 한정된다.
문제는 보증이 아니라 보험 쪽에서 더 크게 벌어진다. 주차 중 긁히거나 가벼운 접촉 사고로 범퍼 속 레이더, 앞유리 뒤 카메라가 상하면 이는 자연 고장이 아니라 사고 파손이라 보증 대상이 아니다. 자기차량손해 보험으로 처리해야 한다.
전장 부품이 걸리면 이 수리비가 예상보다 크다. 주행보조 센서는 교체 후 위치를 다시 맞추는 보정 작업이 필수라, 부품값에 공임이 더 붙는다. 미국 자동차협회(AAA) 자료를 보면 센서가 없는 범퍼 수리가 500~1,000달러인 반면 주행보조 센서가 달린 범퍼는 2,000~3,000달러를 넘기도 했고, 주차 중 가볍게 부딪힌 사고 견적이 8,500달러, 우리 돈 약 1,200만원까지 나온 사례도 있었다. 국내 금액이 이와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장화가 수리비를 끌어올리는 방향은 다르지 않다.
전장이 많은 차일수록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다음을 짚어두는 편이 낫다.
반도체가 많아진다는 건 편의와 안전이 느는 일이지만, 고장과 사고의 비용 구조도 같이 바뀐다는 뜻이다. 보증과 보험의 경계가 어디인지 미리 아는 것만으로도 예상 밖 지출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