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하면 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에 따라 운전자는 혈액 채취로 다시 측정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입을 헹굴 물 제공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측정은 2026년 10월 대법원 판단처럼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다. 재측정 요구는 측정 직후 즉시 해야 하며, 물 제공과 거부 여부를 현장에서 기록해 두는 것이 관건이다.
음주 단속에서 숫자가 생각보다 높게 나왔다면, 그 자리에서 다툴 수 있는 수단이 하나 있다. 호흡측정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때 혈액 채취로 다시 재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근거는 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이다. 운전자가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하면 경찰은 그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운전자가 먼저 "채혈로 다시 재 달라"고 요구할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Photo by mostafa jamei on Unsplash
재측정 요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간이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해돼 떨어지기 때문에, 호흡측정 직후와 한 시간 뒤의 수치는 같지 않다. 그래서 채혈 요구는 호흡측정 결과를 확인한 바로 그 시점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요구가 늦어지면 채혈 결과가 더 낮게 나와도 "측정 사이에 시간이 흘렀다"는 반론에 부딪힌다. 불복할 생각이라면 결과지를 본 직후 구두로라도 분명히 요구 의사를 밝혀 두는 편이 안전하다. 경찰은 호흡측정에 불복할 경우 채혈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릴 의무가 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채혈 재측정 요구는 "다시 정확히 재 달라"는 요청이지, 측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호흡측정에 아예 응하지 않으면 측정불응죄가 적용돼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 벌금(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이라는 무거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호흡측정에는 일단 응한 뒤, 그 결과에 불복하는 방식으로 채혈을 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호흡측정은 생각보다 민감하다. 입안에 남은 알코올, 측정 직전의 트림이나 딸꾹질만으로도 수치가 흔들린다. 이를 막기 위해 측정 전 입을 헹굴 음용수 200ml를 주도록 돼 있는데, 이 절차는 2017년 경찰청 규정으로 처음 생겼다가 2023년 7월 행정안전부령인 시행규칙 조항으로 올라섰다. 내부 지침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갖는 절차가 된 것이다.
이 흐름이 분명해진 계기가 2026년 10월 대법원 판단이다. 2023년 12월 세종시에서 화물차를 몬 운전자에게 혈중알코올농도 0.081%가 측정됐지만, 경찰이 입을 헹굴 물을 주지 않았고 약 한 시간 동안 재측정도 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물 제공이 시행규칙에 명시된 뒤로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보고, 이를 어기고 얻은 측정 결과는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여서 원칙적으로 유죄의 근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냈다.
원심은 "음주 후 20분이 지나면 입안 알코올 영향이 사라진다"는 연구를 들었지만, 대법원은 그 연구가 트림이나 딸꾹질을 배제한 실험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2008년에도 음주 10분 안에 입을 헹굴 기회 없이 한 측정을 무효로 본 선례가 있다.
다만 절차 위반이 곧바로 무죄를 뜻하지는 않는다. 위법수집증거 배제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원칙이지만, 사안에 따라 예외가 인정되기도 한다. 이번 판단은 "예외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경우다.
다툼의 성패는 대부분 현장에서 남긴 기록에서 갈린다. 나중에 기억으로 재구성하기 어려운 만큼, 측정을 받는 그 순간 아래 항목을 확인해 두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모든 사건이 같은 결론으로 가지는 않는다. 수치가 기준을 크게 넘고 절차에 하자가 없다면 재측정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물 제공 같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고 수치가 처벌 기준에 걸칠 정도라면, 현장 기록과 즉각적인 채혈 요구가 결과를 바꾸는 근거가 된다. 구체적 판단은 사건 정황과 증거에 따라 달라지므로, 다툼을 염두에 둔다면 이 기록을 바탕으로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