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세 대가 얽히는 연쇄 충돌은 가해·피해 구분과 과실 산정이 두 대 사고보다 복잡하다. 과실은 현장의 말이 아니라 블랙박스와 파손 위치, 정차 상태 같은 증거로 가려지며, 다중 사고에서는 뒤차가 앞차를 선보상한 뒤 구상으로 정산하기도 한다. 사고 직후 안전 확보와 증거 보존을 먼저 하고, 후발 증상 가능성이 있으니 합의는 치료가 끝난 뒤로 미루는 편이 안전하다.

신호를 기다리던 차가 뒤에서 밀려 앞차까지 들이받는다. 차 세 대가 얽히는 연쇄 충돌은 두 대 사고보다 처리가 까다롭다. 누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현장에서 당사자끼리 정하는 게 아니라, 남긴 증거로 나중에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하다. 다친 사람과 2차 사고를 먼저 막고, 증거를 확보한 뒤, 보험에 접수하는 흐름을 지키면 불리해질 일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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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할 일은 2차 사고를 막는 것이다. 비상등을 켜고 움직일 수 있는 차는 갓길 등 안전한 곳으로 옮긴다. 고속도로라면 사람은 가드레일 밖으로 대피하고, 차를 옮길 수 없을 때는 후방 50~100m 지점에 안전삼각대를 둔다. 다친 사람이 있으면 119가 우선이다.
그다음이 증거다. 차량의 최종 정지 위치와 파손 부위를 사진으로 남기고,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바로 분리해 둔다. 대부분의 기기가 용량이 차면 오래된 영상부터 덮어쓰기 때문이다. 연쇄 충돌에서는 뒤따르던 차량의 블랙박스가 결정적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가능하면 그 운전자의 연락처를 받아 영상 보존을 부탁한다. 목격자 연락처도 현장에서 받아 두는 편이 낫다.
흥분한 상태에서 상대와 언쟁하거나 "제 잘못입니다" 같은 책임 인정 발언을 하는 건 피한다. 과실비율은 블랙박스와 CCTV, 목격자 진술을 종합해 정해지는 것이지 현장의 말로 정해지지 않는다.
반대로 현장을 말없이 떠나면 뺑소니로 몰릴 수 있다. 상대가 비협조적이면 경찰에서 사고사실확인원을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하다. 인명피해나 음주 의심, 과실 다툼, 상대가 신원을 밝히지 않는 상황이라면 경찰 신고가 권장된다.
연쇄 충돌의 과실은 '몇 대 몇'으로 단순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사고를 가장 먼저 유발한 차량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2006년 서해대교 29중 추돌에서 대법원이 첫 추돌 운전자에게 배상 책임을 물은 것이 그런 예다.
동시에 뒤차가 안전거리를 지켰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앞차가 1차 충돌로 멈춰 선 뒤 뒤차가 거리를 두지 못해 들이받았다면 뒤차의 과실이 커진다. 반대로 뒤에서 밀려 어쩔 수 없이 앞차를 친 가운데 차량은 과실이 줄 수 있다. 그래서 1차 충돌과 2차 충돌 사이의 시간, 각 차의 정차 위치와 차로, 비상등 작동 여부가 판단의 핵심이 된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보험사에 접수한다. 2015년 영종대교 106중 사고처럼 가해·피해 차량을 바로 가리기 어려운 다중 사고에서는, 우선 뒤차가 앞차를 선보상하고 나중에 과실비율이 정해지면 보험사끼리 구상으로 정산한 방식이 쓰인 적도 있다. 그러니 내 과실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치료와 수리를 미룰 필요는 없다.
가운데 끼인 차량이라면 현장에서 이것부터 챙기면 도움이 된다.
합의는 서두르지 않는 편이 낫다. 특히 목이나 허리 통증처럼 시간이 지나 나타나는 증상이 있을 수 있어, 치료가 끝나기 전에 합의금만 받고 마무리하면 나중에 불리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