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1분기 메모리 가격을 30~40% 올리겠다고 통보하면서 자동차 원가 부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2021년은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생산이 막혀 중고값이 뛴 반면, 이번은 생산 차질이 아닌 원가 상승 성격이라 지금 중고 시세는 오히려 조정 중이다. 신차 출고 대기와 노린 차종의 가격표 조정 시점을 확인해 서두를지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몇 년 전 "출고 기다리다 지쳐 중고를 샀다"는 말이 흔했다. 2021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완성차 공장이 생산량을 못 맞추면서, 인기 차종은 계약 후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지금 당장 탈 차가 필요한 사람들은 중고 시장으로 몰렸고, 즉시 출고가 가능한 무사고 인기 중고차가 같은 신차 가격을 앞지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핵심은 '차 자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만들고 싶어도 반도체가 없어 못 만들었으니, 대체재인 중고차 수요가 튀어 오른 구조였다. 이번 메모리 반도체 인상을 같은 눈으로 보려면, 먼저 그때와 지금이 같은 상황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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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은 '차가 안 나오는' 문제가 아니라 '차 만드는 값이 오르는' 문제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내년 1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을 30~40% 올리겠다고 주요 고객사에 통보했고, 애플은 이를 받아들여 아이폰 값을 올리며 메모리 가격을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원인은 생산 차질이 아니라 수요 쏠림이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조사들이 생산능력을 그쪽에 집중하는 사이, 자동차는 높아진 가격을 받아들이는 쪽에 서게 됐다. 한 업계 매체는 2026년 D램 신규 계약 가격이 70~1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수요는 20% 넘게 느는데 공급은 20%에 못 미칠 거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요즘 차 한 대가 먹는 메모리 양이 계속 는다는 데 있다. 고해상도 계기판, 대형 인포테인먼트, ADAS 데이터 처리, 무선 업데이트, 음성 인터페이스가 모두 D램을 쓴다. 그래서 이번 인상은 신차 원가를 서서히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봐야지, 2021년처럼 공장을 멈추는 종류의 충격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은 2021년과 반대로 움직인다. 신차 출고는 대부분 정상화돼 인기 차종도 1~2개월이면 받는다.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가솔린 출고 대기는 1개월 수준으로 줄었다. 중고로 몰릴 이유였던 '긴 대기'가 사라진 셈이다.
중고 시세도 전반적으로 조정 국면이다. 특히 신형 그랜저(GN7)로 갈아타며 기존 그랜저·K7을 내놓는 사람이 늘어 매물이 쌓였고, 이들 준대형 세단은 4% 안팎 내렸다. 반면 셀토스·쏘렌토 같은 SUV는 상대적으로 버티는 중이다. 메모리 인상이 중고값을 끌어올렸다는 신호는 아직 데이터로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은 전망 단계다.
당장 중고차가 급등할 국면은 아니다. 다만 신차 원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신차 가격에 반영되면, 그 아래에 있는 중고 잔존가치를 떠받칠 수는 있다. 서두를 이유가 있다면 '지금 안 사면 오른다'가 아니라 '신차 값이 오르기 전에 확보한다'는 쪽이다.
메모리 값과 중고 시세를 잇는 고리는 '신차 가격'이다. 그 신차 가격표가 실제로 움직이는지를 분기마다 확인하는 편이, 막연히 "반도체 오르니 중고도 오르겠지" 하고 서두르는 것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