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뒤 중고차 시장에는 물에 잠겼던 차가 흘러들어, 무료 이력 조회와 부위별 실물 점검으로 계약 전에 걸러야 한다. 카히스토리는 보험 처리된 침수만 잡아내는 한계가 있어 안전벨트 안쪽·트렁크 바닥 같은 세척이 어려운 곳을 함께 봐야 한다. 계약 뒤 침수로 드러나면 자동차관리법상 인도 90일 이내 계약 해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1년 이내 손해배상이라는 기한을 확인해야 한다.
폭우가 지나가면 물에 잠겼던 차들이 몇 달 뒤 중고차 시장에 흘러든다. 겉을 아무리 봐도 깨끗해 보이는 차가 실은 침수차일 수 있어서, 순서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실물을 만지기 전에 서류와 이력부터 걸러야 헛걸음을 줄인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무료 이력 조회다.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카히스토리에서 차량번호나 차대번호만 넣으면 침수차량 여부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운영하는 자동차365에서도 본인 인증을 거쳐 침수 정보를 포함한 이력을 볼 수 있다.
다만 이 조회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된 침수만 기록에 남는다는 점이다. 보험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자비로 수리한 침수차는 조회에서 깨끗하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이력 조회는 '통과'가 아니라 '최소 관문'으로 봐야 한다.

Enis Yavuz
매매업자는 차를 팔 때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줘야 한다. 여기에는 침수 여부를 표기하는 항목이 따로 있다. 침수로 표기돼 있다면 확인된 것이고, '없음'으로 돼 있어도 안심하긴 이르다.
날짜부터 확인한다. 기록부는 점검일부터 120일 이내여야 유효하다. 폭우가 지난 지 얼마 안 된 매물이라면 점검 시점이 침수 전인지 후인지가 갈린다. 점검일이 물난리 이전이면 그 기록부는 침수를 담고 있지 않다.
매매업자가 침수 사실을 거짓으로 고지하거나 숨기면 자동차관리법상 매매업 등록이 취소되거나 최장 6개월간 사업이 정지될 수 있다. 이 조항 자체가 기록부를 근거로 나중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실물 점검은 세차로 지우기 어려운, 손이 잘 안 닿는 곳부터 본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다 당겨본다. 평소 감겨 있던 아래쪽 벨트에 흙탕물 자국이나 물때가 남아 있으면 강한 신호다. 시트와 바닥 매트를 들춰 진흙이나 모래가 굳어 있는지 본다. 트렁크 바닥, 특히 스페어타이어가 들어가는 움푹한 공간은 물이 고이던 자리라 흔적이 잘 남는다.
문을 열고 고무 몰딩(웨더스트립)을 살짝 젖혀 안쪽을 확인하고, 도어스텝 트림 틈새에 모래 알갱이가 끼어 있는지 본다. 엔진룸에서는 퓨즈박스와 전자제어장치 쪽 흙탕물 자국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냄새다. 곰팡이 냄새나 과한 방향제, 새 차도 아닌데 시트 전체가 유독 새것 같은 경우는 오히려 의심할 대목이다.
침수 흔적은 세척과 부품 교체로 상당 부분 지워진다. 시트를 통째로 갈고 카펫을 새로 깔면 눈에 띄는 진흙은 사라진다. 그래서 겉으로 멀쩡한 것이 오히려 단서가 되기도 한다.
차 전체는 연식만큼 낡았는데 특정 부품 하나만 유난히 새것이라면 왜 그 부위만 교체했는지 물어볼 만하다. 세척으로도 손이 닿지 않는 배선 커넥터, 볼트 머리, 차체 구석의 부식이나 물때가 육안 점검의 승부처인 이유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유상이라도 정비소 리프트 점검을 받는 편이 계약 뒤 분쟁보다 싸게 먹힌다.
이미 산 뒤에 침수 사실을 알게 됐다면 기한이 관건이다.
자동차관리법 제58조의6에 따르면, 매매업자가 침수 사실을 거짓으로 고지했거나 고지하지 않은 경우 자동차 인도일부터 90일 이내에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을 해제하면 차를 돌려주는 동시에 이미 낸 매매 금액을 돌려받는다.
손해배상으로 가면 기준이 조금 다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침수 미고지 시 구입가 환급 또는 손해배상을 정하고 있고, 보상 기간은 성능점검기록부 보관 기간인 1년이다. 손해배상액은 대체로 구입가에서 제대로 고지받았다면 냈을 적정 시가를 뺀 금액으로 잡힌다. 계약서, 성능기록부, 침수를 입증할 사진·정비 내역을 모아두는 게 이 절차의 출발점이다.
참고로 수리비가 차값을 넘는 '침수 전손' 차량은 법상 30일 이내에 폐차해야 하고 매매가 금지된다. 이런 차가 시장에 다시 나오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뜻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보험으로 처리된 침수 사고 3만6214건 가운데 74%가 이 침수 전손이었고, 침수 사고의 95.6%는 7~10월에 몰렸다. 여름 폭우 직후 매물을 볼 때 특히 이력 조회를 거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