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셀프주유소가 휘발유 탱크에 경유를 섞어 약 180대가 피해를 입었고, 이처럼 주유소가 탱크를 오염시킨 경우 운전자 과실은 원칙적으로 없다. 수리비·렌트비·시세하락을 청구할 수 있지만 수리비가 차량 교환가격을 넘으면 배상액에 상한이 걸린다. 주유 영수증과 성분 검사, 정비 명세를 갖추고 협의가 늦어지면 보험사·소비자원·소액소송 순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오전 부산 사하구의 한 셀프주유소에서 직원이 기름을 옮기다 경유를 휘발유 저장탱크에 부었다. 이 주유기로 정상적으로 휘발유를 넣은 차량 약 180대가 시동 꺼짐과 출력 저하를 겪었고, 수리비는 대당 100만 원부터 수천만 원까지로 파악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책임 소재다. 운전자는 자기 차에 맞는 휘발유를 넣었을 뿐, 탱크가 오염된 사실을 알 방법이 없었다. 이런 경우 법원은 주유 종사자가 연료 종류를 확인해 알맞게 주유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주유소 운영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다. 운전자 과실은 원칙적으로 없다.
혼동하기 쉬운 다른 상황과 구분해야 한다. 경유차 운전자가 휘발유 주유기 앞에 차를 세우고 차종을 알리지 않아 생긴 혼유라면, 판례는 운전자에게 20~30% 정도 책임을 인정하기도 한다. 부산 사례는 이와 달리 주유소가 탱크 자체를 오염시킨 경우여서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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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을 수 있는 손해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수리비다. 법원은 연료계통을 단순히 세척하는 수준을 넘어 인젝터, 고압펌프, 연료펌프 같은 부품 교환까지 필요한 적극적 수리를 인정한다. 둘째는 수리 기간 동안의 렌터카 비용, 셋째는 사고 이력으로 인한 시세 하락분이다. 다만 정신적 위자료는 재산 손해 배상으로 회복된다고 보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정되지 않는다.
상한선이 하나 있다. 수리비가 차량의 교환가격(중고 시세)보다 많이 나오면, 교환가격에서 고철값을 뺀 금액까지만 배상받는다. 한 판례에서는 실제 수리비가 1,758만 원이었지만 차량 교환가격이 1,405만 원이어서, 고철대금 50만 원을 뺀 1,355만 원이 인정됐다. 오래된 차라면 수리비 전액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상 협의는 결국 증거 싸움이다. 다음을 순서대로 확보해두는 편이 유리하다.
먼저 그 주유소에서 그 시각에 주유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카드 결제 내역이나 영수증을 챙긴다. 이어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주유소와 한국석유관리원에 신고해 연료 성분 검사를 요청한다. 오염이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원인이 다투어지지 않는다.
수리는 제작사 매뉴얼에 따른 정비가 가능한 곳에서 받고, 교체 부품이 명시된 견적서와 명세서를 받아둔다. 대차가 필요하면 렌터카 계약서와 결제 영수증도 남긴다. 이 서류들이 곧 청구 금액의 근거가 된다.
주유소가 보상 방침을 밝혔더라도 개별 차량의 피해 범위와 금액 확인에는 시간이 걸린다. 부산 사례도 사하구청이 한국석유관리원 검사 결과를 기다린 뒤 행정처분과 보상 절차를 정리하는 단계다. 성분 검사와 전체 수리비 규모가 나오기 전에는 협의가 더딜 수 있다.
지급이 지연되면 단계를 밟아 압박할 수 있다. 주유소가 혼유 관련 보험에 가입했다면 그 보험사와 직접 협의하는 편이 빠르다. 합의가 어그러지면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수리비 규모에 따라 소액소송으로 청구한다. 주유소가 미가입 상태에서 비협조로 나올수록 서류를 갖춘 소송이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