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XMT가 5세대 범용 D램 양산을 시작하며 PC용 메모리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차값을 밀어올린 것은 AI 데이터센터가 쓸어간 자동차용 메모리 부족이라, 인증과 장기계약 구조 탓에 이번 증산이 차값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크다. 계약을 앞뒀다면 상위 트림의 가격 인상 공지 시점과 2027년 하반기로 보는 완화 전망을 나눠 따져보는 게 낫다.
9월 20일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안후이성 허페이 세계제조업대회에서 5세대 범용 D램(G5 플랫폼)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메모리 회로 선폭을 11.95나노미터까지 줄여 웨이퍼 한 장에서 뽑는 칩 수를 이전 세대보다 최소 50% 늘렸다는 게 골자다. 대표 제품은 24기가비트 LPDDR5X로, 기존 16기가비트보다 용량이 절반 더 크다.
주의할 점이 있다. CXMT는 실제 수율이나 월 생산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50% 증가'는 수율 검사 전 이론상 다이 수여서, 곧바로 시장 물량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반응했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CXMT는 2분기 세계 D램 점유율 9.5%로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에 이은 4위에 올랐고, 에이서 회장은 "PC용 메모리는 더 이상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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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차값을 자극한 메모리는 CXMT가 이번에 늘린 범용·PC용이 아니라 자동차용 D램이다. AI 데이터센터가 고성능 메모리를 쓸어가면서 제조사들이 생산 능력을 그쪽에 몰았고, 마진이 낮은 차량용 물량이 뒤로 밀렸다.
상승 폭이 컸다. 2026년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는 전 분기보다 55~60% 올랐고, 트렌드포스 집계로는 최대 98%까지 뛰었다. 차량용은 더 가팔라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 사이 약 4.5배, 1년 새 6배 가까이 올랐다는 집계도 나왔다.
이 부담은 이미 완성차 원가에 들어와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원가가 5년 전 50~100달러에서 지금은 100~300달러로 뛰었고, 다른 부품 상승까지 더하면 차량당 2,000~3,000달러 수준의 원가 압박이 생겼다고 봤다. 포드는 올해 실적 발표에서 약 10억 달러의 원가 상승을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고, GM도 15억~20억 달러의 비용 증가를 내다봤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이르다. CXMT의 증산은 PC·모바일용 범용 D램 공급을 늘리는 쪽이라, 그동안 오르기만 하던 이 구간 가격에는 분명한 진정 신호다. 에이서 회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자동차용 메모리의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온도·수명·안전 관련 인증(AEC-Q100 등)을 통과해야 하고, 완성차와 부품업체는 대개 장기계약으로 물량을 묶는다. 새 공급원이 생겨도 인증과 재계약을 거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26년 말까지 생산 물량을 이미 예약해 둔 상태이고, 삼성전자도 계약가를 지난해 9월 대비 30~60% 올렸다.
정리하면 이번 소식은 'PC 살 사람'에게 먼저, '차 살 사람'에게 나중에 닿는다. 가트너와 IDC 등은 메모리 부족의 실질적 완화 시점을 2027년 하반기 이후로 본다. 오늘의 증산이 내년 신차 가격표를 곧장 끌어내린다고 보긴 어렵다.
이 소식만으로 계약을 미룰 이유는 크지 않다. 대신 내 상황을 몇 가지로 나눠 보는 편이 낫다.
핵심은 '중국이 D램을 늘렸으니 곧 싸지겠지'라는 기대와 실제 차값에 반영되는 시차를 분리하는 일이다. 범용 메모리는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그 온기가 자동차용까지 오는 데는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는 게 지금까지의 그림이다. 완화가 확인되기 전에 제조사가 먼저 값을 내릴 이유도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