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는 법으로 의무화된 문서지만, '무사고' 표기가 사고 이력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볼트로 붙는 외판 교환은 사고로 잡히지 않고 자비 수리는 보험이력에도 남지 않기 때문에, 기록부 하나만 믿지 말고 보험사고이력과 등록원부를 교차해서 확인해야 한다. 계약 전 요구할 서류와 확인 순서를 미리 알아두면 첫 구매에서 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중고차를 사면 매매업자가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준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지정된 점검업체가 주행거리, 사고 여부, 침수, 주요 장치 상태 등을 확인해 발급하는 의무 서류다. 문제는 여기 적힌 '사고 유무'가 우리가 생각하는 사고와 범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기록부에서 '사고'로 잡는 건 차의 뼈대에 해당하는 주요 골격 부위, 예컨대 사이드멤버·휠하우스·크로스멤버 같은 부위가 판금·용접·교환된 경우다. 반면 후드, 휀더, 도어, 트렁크처럼 볼트와 너트로 탈착되는 외판은 통째로 갈아 끼워도 '단순교환'으로 표기되고 사고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접촉사고로 문짝을 바꿨어도 기록부상 '무사고'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Mike Bird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성능기록부의 사고 표기와 보험사고이력은 출처가 다르다. 보험사고이력은 보험처리를 한 사고만 남는다. 수리비가 크지 않아 차주가 자기 돈으로 고쳤다면 보험이력에는 흔적이 없다. 그래서 두 정보가 서로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결론은 단순하다. 기록부 한 장으로 사고 여부를 끝내지 말고, 카히스토리 같은 보험사고이력 조회를 함께 봐야 한다. 두 자료가 어긋나거나 유독 깨끗하기만 하면 왜 그런지 물어볼 근거가 된다.
기록부가 실제 상태와 다를 때를 대비한 장치도 있다.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은 차량 인도일로부터 30일 또는 주행거리 2,000km 이내에, 기록부와 실제 성능이 다른 항목에 대해 약관에 따라 보상한다. 다만 이 기간을 넘기면 다투기 어려워지므로, 인수 직후 이상이 느껴지면 미루지 말아야 한다.
상담이 매끄럽게 진행될수록 아래 절차가 생략되기 쉽다. 첫 구매라면 직접 챙기는 편이 안전하다.
서류는 받는 것보다 보는 순서가 중요하다. 뒤로 갈수록 앞 단계에서 걸러진 차만 남는다.
| 순서 | 서류 | 확인할 것 |
|---|---|---|
| 1 | 자동차등록원부 | 소유자 일치, 저당·압류 |
| 2 | 성능·상태점검기록부 | 골격·외판 수리, 침수 |
| 3 | 보험사고이력 | 기록부와 교차 대조 |
먼저 등록원부(을구 포함)로 소유자와 저당·압류를 확인해 계약 자체가 가능한 차인지 본다. 그다음 성능기록부를 실차와 대조하며 골격 수리와 침수 흔적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보험사고이력을 조회해 기록부와 맞춰 본다. 이 세 가지가 어긋나지 않을 때 계약서를 쓰는 것이 순서다.
참고로 성능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하면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처벌이 있다고 해서 잘못된 정보를 미리 걸러 주지는 않는다. 결국 확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사는 사람 몫이라고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