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의 한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 탱크에 경유가 섞여 들어가 차량 약 180대가 피해를 본 혼유 사고가 드러났다. 혼유가 의심될 때 시동을 거느냐 마느냐가 연료계통 세척으로 끝날지, 고압펌프와 인젝터까지 교체하는 수리로 번질지를 가른다.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스스로 판단해 넘기지 말고 시동을 끈 채 견인해 전문 점검을 받아야 한다.
부산 사하구의 한 셀프 주유소에서 지난달 25일 오전 직원이 기름을 옮기던 중 휘발유 탱크에 경유를 잘못 부었다. 다음 날 그 주유기에서 기름을 넣은 운전자들의 차량에 이상이 나타났고, 주유소와 한국석유관리원에 신고가 접수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차량은 약 180대. 수리비는 차량 상태에 따라 100여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로 알려졌다.
이 사고의 핵심은 운전자 잘못이 아니라 주유소 탱크 자체가 오염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제대로 넣었는지'가 아니라, '방금 넣은 기름이 정상인지'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Artem Makarov
혼유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단순하다. 의심되면 시동을 걸지 않는 것이다.
시동을 걸지 않으면 잘못 들어간 기름은 연료탱크 안에 머문다. 이 경우 연료탱크를 분리해 내부를 세척하는 정도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시동을 거는 순간 연료펌프가 잘못된 기름을 엔진 쪽으로 밀어 올린다. 그러면 연료탱크뿐 아니라 고압펌프, 인젝터, 점화플러그까지 손상 범위가 넓어지고, 검은 매연이나 엔진 손상, 최악의 경우 화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같은 사고라도 시동을 걸었는지에 따라 수리비가 수십만 원대에서 수백만 원 이상으로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주유 직후 또는 뉴스로 주유소 문제를 접했다면, 시동을 걸기 전에 이 순서로 점검하는 편이 낫다.
하나라도 걸린다면 그때부터는 '괜찮겠지' 하고 다시 시동을 걸지 않는 게 안전하다. 이미 주행 중이었다면 무리해서 목적지까지 가지 말고 갓길에 세우는 편이 낫다.
혼유가 의심될 때의 대응 절차도 순서가 있다.
먼저 시동을 끈 상태로 견인차를 불러 정비소로 옮긴다. 정비소에서는 연료를 빼내고 연료계통을 점검·세척한다. 동시에 주유한 주유소에 사실을 알리고, 보험사에도 연락해 처리 방법을 확인한다. 이때 영수증과 주유 기록, 차량 증상은 배상을 다툴 때 근거가 되므로 그대로 보관해 둔다.
배상 책임은 상황에 따라 갈린다. 셀프 주유소라도 이번 부산 사례처럼 주유소 측 관리 소홀로 탱크가 오염된 경우라면 주유소에 배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 반대로 운전자가 직접 잘못된 연료를 넣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운전자 책임으로 본다.
연료가 섞였는지는 겉으로 완전히 확인하기 어렵다. 혼유는 연료탱크와 연료라인 안쪽에서 벌어지는 문제라, 시동을 걸어보고 '별 이상 없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위험을 키우는 행동이다.
특히 이미 얼마간 주행했다면 당장은 멀쩡해 보여도 인젝터나 펌프에 미세한 손상이 쌓여 나중에 고장으로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혼유가 의심되는 상황은 자가 점검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라, 연료를 빼고 계통을 세척하는 전문 점검이 필요한 사안이다.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시동을 걸지 말고 점검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