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이 18주 연속 내려 리터당 1,800원대까지 왔고, 정부는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연장으로 이 흐름을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연료비는 전체 유지비의 일부일 뿐이어서, 기름값 하락만으로 신차 구매 시점을 정하는 것은 비중이 작다. 감가상각과 보험료, 정책 종료 뒤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까지 함께 따져야 지금 사도 될지 판단할 수 있다.

휘발유값이 5월 셋째 주 이후 18주 연속 내렸다. 9월 19일 기준 휘발유와 경유 모두 리터당 1,800원대에 머물고 있다.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데다, 정부가 6개월 넘게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한 결과다.
정책도 이 흐름을 떠받친다. 9월 19일부터 4주간 휘발유 최고가격은 리터당 1,784원으로 묶였다. 9월 말 끝날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휘발유 15%, 경유 25%)는 11월 말까지 2개월 연장됐다. 추석 연휴인 9월 24~27일에는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에서 리터당 100원을 더 깎아준다. 다만 이 할인은 나흘간, 고속도로 주유소에 한정된 한시 조치라 일상 주유비와는 거리가 있다.

Tom Fisk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기름값이 자동차 유지비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총유지비는 연료비에 보험료, 세금, 정비비, 그리고 차값이 시간이 지나며 떨어지는 감가상각을 더한 값이다.
연료비 절감액을 가늠해 보자. 연간 1만 5,000km를 달리고 연비를 12km/L로 가정하면 한 해 약 1,250L를 쓴다. 리터당 100원이 싸지면 연 12만 5,000원가량을 아끼는 셈이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신차의 첫 몇 년 감가상각이나 매년 내는 보험료에 비하면 비중이 크지 않다. 주행거리가 짧은 운전자라면 이 차이는 더 작아진다.
즉 기름값이 내렸다는 사실 하나로 "지금이 유지비가 싼 시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연료비는 전체 유지비에서 흔들리는 한 조각일 뿐이다. 게다가 그 조각의 크기마저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낮은 가격이 정책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가격제는 4주 단위로 갱신되고, 유류세 인하도 11월 말이라는 종료 시점이 정해져 있다.
한 경제학 교수는 최고가격제가 너무 길어지고 있어 되도록 빨리 중단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주유소협회도 고속도로만 값을 내리는 방식이 가격 경쟁을 왜곡한다며 반발한다. 정책이 거둬지면 기름값은 다시 오를 수 있다. 지금의 1,800원대를 앞으로도 이어질 기준선으로 잡고 차를 고르는 것은 위험하다.
기름값 대신 구매 시점을 좌우하는 요소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정리하면, 기름값이 싸진 지금이 나쁜 시점은 아니지만 좋은 시점의 근거도 되지 못한다. 연료를 많이 쓰는 장거리 운전자라면 하락분이 조금 더 의미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감가상각과 보험료, 정책 종료 후 가격을 함께 놓고 판단하는 편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