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 관세를 물리고 미국은 100%를 넘긴 가운데, 한국은 한중 FTA에서 승용차가 제외돼 8% 관세만 적용한다. 문턱이 낮은 만큼 중국산 저가 물량이 더 몰려 표시가엔 하방 압력이 있지만, 실구매가는 LFP 배터리에 불리해진 보조금이 좌우한다. 표시가와 실구매가, 보조금 개편 결과를 함께 보고 급하지 않다면 2026년 하반기 정책과 프로모션을 확인한 뒤 구매 시점을 정하는 게 낫다.

중국산 전기차를 둘러싼 각국의 문턱은 크게 다르다. 유럽연합은 2024년 10월 30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물려 최종 관세율을 17.8~45.3%로 올렸다. 테슬라가 가장 낮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상하이차(SAIC)가 45.3%로 가장 높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가 넘는 관세를 매긴다.
한국은 다르다. 2015년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에서 승용차가 관세 철폐 대상에서 빠지면서, 중국산 전기차에는 기본 관세율 8%가 적용된다. 참고로 중국은 한국산 차에 15%를 물린다. 유럽·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진입 장벽이 유독 낮은 셈이다.

I'm Zion
'더 싸게 풀릴까'라는 질문에는 전제가 하나 붙는다. 저가 공세는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 중 중국산 비중은 2022년 4.7%에서 2025년 33.9%로 뛰었고, 2026년 1분기에는 3대 중 1대꼴이 됐다. 같은 기간 국산 비중은 75%에서 57.2%로 내려왔다.
선두는 BYD다. 2025년 1월 한국 승용차 시장에 들어온 뒤 11개월 만에 누적 1만 대를 넘겨 수입차 판매 4위에 올랐다. 아토3는 3천만원대 중반, 씰은 4천만원 안팎으로 국산 중형 전기차와 가격대가 겹친다. 지커, 샤오펑, 체리 등 다른 브랜드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문을 좁히면, 갈 곳을 찾는 중국산 물량은 장벽이 낮은 시장으로 쏠리기 쉽다. 8%에 그치는 한국은 그런 시장에 해당한다. 물량이 늘고 브랜드 간 경쟁이 붙으면 표시가에는 아래로 향하는 압력이 생긴다.
다만 표시가와 실제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다르다. 한국에서 전기차의 실구매가를 가르는 진짜 변수는 관세가 아니라 보조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6년 들어 보조금 산정 기준을 까다롭게 손봤다. 특히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환경성 계수가 강화되면서, 값이 싼 대신 에너지 밀도가 낮고 재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LFP 배터리가 불리해졌다. 중국산 전기차 상당수가 이 LFP 배터리를 쓴다.
정리하면 이렇다. 관세가 낮아 표시가는 싸게 나올 수 있어도, 보조금을 덜 받으면 최종 구매가의 차이는 생각보다 좁혀진다. '중국산이라 무조건 싸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로 보조금 정책이 다시 바뀌면 이 셈법도 함께 흔들린다.
중국산의 저가 공세는 국산 중저가 전기차의 가격과 할인 정책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가 가격을 낮추거나 프로모션을 늘리는 방향이다. 반면 보조금이 국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되면 그만큼 방어막이 된다. 여기에 배터리 종류, 원자재 가격, 환율까지 얹히면 신차 가격은 관세 하나로 예측하기 어렵다.
구매 시점은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표시가가 가장 낮은 차를 원하고 보조금 차이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 중국산 저가 모델은 지금도 현실적인 선택지다. 반대로 실구매가와 잔존가치, 정비망까지 따진다면 보조금과 정책에서 유리한 쪽을 고르는 편이 안전하다. 급하지 않다면 2026년 하반기 보조금 개편 결과와 신차 프로모션을 확인한 뒤 결정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