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이 13주 연속 내려 L당 1864.1원까지 왔지만 주당 낙폭이 2원대로 작아 전기차와의 연료비 격차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 공공 급속 충전 기준으로도 전기차 연료비는 휘발유차의 절반 이하이고, 이번 주 두바이유가 배럴당 88.7달러로 급등해 2~3주 뒤 국내 기름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유지비만으로 차종을 정하려면 연간 주행거리와 가정 충전 가능 여부, 그리고 지금이 하락이 아니라 반등 국면이라는 점을 함께 따져야 한다.
휘발유값이 13주 연속 떨어졌다는 소식만 보면 격차가 꽤 좁혀졌을 것 같다. 숫자를 보면 얘기가 다르다. 8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은 L당 1864.1원으로 전주보다 2.1원 내렸다. 경유는 1847원으로 2.2원 내렸다.
핵심은 '13주'가 아니라 '주당 2원'이다. 13주 동안 하락세가 이어진 건 맞지만, 한 주에 2원 안팎씩 빠진 완만한 흐름이다. 이 정도 낙폭으로는 전기차와의 연료비 차이를 의미 있게 줄이기 어렵다. 방향은 내림세여도 폭이 작다는 점을 먼저 봐야 한다.
Photo by CHUTTERSNAP on Unsplash
체감을 위해 100km 기준으로 단순 비교해 보자. 연비 12km/L짜리 휘발유차라면 100km에 약 8.3L, 지금 가격으로 1만5천 원 안팎이 든다.
전기차는 어떨까. 환경부와 한전의 공공 충전 단가는 완속 324.4원, 급속 347.2원(1kWh당)이다. 전비 5km/kWh 전기차로 잡으면 100km에 20kWh, 급속으로 충전해도 약 7천 원이다. 가정에 완속 충전기를 두고 심야에 충전하면 이보다 더 내려간다.
즉 공공 급속 충전이라는 가장 비싼 조건으로 계산해도 전기차 연료비는 휘발유차의 절반 이하다. 13주 하락 뒤에도 이 구도는 거의 그대로다. (연비·전비는 차종마다 달라 위 숫자는 가늠용 가정치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다. 정작 이번 주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8.9달러 오른 88.7달러, 국제 휘발유 가격은 111.5달러, 국제 경유는 159.2달러까지 뛰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되고 중동·러시아 석유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공급 불안이 커진 결과다.
국제유가는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지금의 하락세가 막바지일 수 있다는 뜻이다. 13주 하락이 격차를 좁혀 놓기는커녕, 그 하락분마저 앞으로 몇 주 안에 되돌아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연료비 하나만 놓고 보면 답은 분명하다. 전기차가 확실히 싸고, 최근의 기름값 하락은 그 격차를 흔들 만큼 크지 않았다. 오히려 유가가 다시 오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다만 '유지비만으로' 차종을 정하려는 순간, 그 유지비의 핵심인 연료비 격차가 유가에 따라 출렁인다는 점이 걸린다. 지금은 하락이 아니라 반등을 앞둔 국면이라, "기름값 떨어졌으니 휘발유차도 괜찮다"는 판단은 근거가 약하다.
선택 전에 확인할 것은 다음과 같다.
결정 기준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주행거리가 많고 가정 충전이 가능하다면 지금의 유가 흐름은 전기차 쪽에 유리하다. 반대로 주행이 적고 공공 급속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연료비 격차만으로 갈아탈 이유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