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당하면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피해자가 받는 민사 손해배상은 별개로 진행된다. 가해자 보험 처리가 늦거나 배상 한도가 부족할 때는 내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차상해 특약이 치료비와 위자료를 먼저 메워주는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사고를 당하기 전에 자신의 보험증권에 이 특약이 들어 있는지, 보상 한도가 얼마인지 확인해 두는 것이 핵심이다.
음주운전 사고가 나면 뉴스는 가해자가 구속됐는지, 몇 년형을 받는지에 집중한다. 2026년 8월 27일 밤 서울 서초구 뱅뱅사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마세라티를 몰다 배달기사를 숨지게 한 40대 남성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가해자가 감옥에 가는 것과 피해자가 돈을 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절차다. 위험운전치사는 사망 사고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되지만, 이 형사처벌이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받는 치료비, 위자료, 일실수입 같은 손해배상은 민사 영역이다. 형사재판에서 가해자와 맺는 형사합의금과도 별개로 청구할 수 있다. 즉 가해자가 실형을 살더라도, 배상은 따로 받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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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고에서 배상은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이 처리한다. 가해자가 대인배상Ⅱ에 가입돼 있다면 그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다. 음주운전이라 해도 피해자 보상 자체가 막히지는 않고, 보험사가 지급 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지연'도 현실적인 문제다. 과실 비율을 두고 다투거나 합의가 늘어지면 치료가 급한 피해자가 먼저 지치기 쉽다. 특히 음주운전은 가해자가 부담하는 사고부담금이 커서, 가해자 측이 책임을 줄이려 버티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보상 자체가 막히는 경우는 따로 있다. 가해자가 대인배상Ⅱ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뺑소니로 도주했거나, 도난 차량이었던 경우다. 이때는 가해자 측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이 사실상 없다.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내 자동차보험의 무보험차상해 특약이다. 상대가 무보험 상태일 때 내 보험사가 먼저 치료비, 위자료, 상실수익액, 장례비 등을 보상한다. 표준 한도는 대체로 2억 원 수준이며 보험사에 따라 더 높은 상품도 있으니 약관을 확인해야 한다.
다만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가해자가 대인배상Ⅱ에 정상 가입돼 있고 한도가 충분하다면, 배상은 가해자 보험에서 나오고 무보험차상해는 원칙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특약은 어디까지나 '받을 곳이 없을 때'의 방어선이다. 또 피해자 본인이 음주나 무면허 상태였다면 과실비율만큼 보험금이 깎인다.
무보험차상해는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자기신체사고에 모두 가입한 경우에 붙일 수 있는 특약이다. 이미 들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가입 여부와 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확인은 어렵지 않다. 보험증권의 담보 내역에서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항목이 있는지, 보상 한도가 얼마로 적혀 있는지 보면 된다. 종이 증권이 없다면 가입한 보험사 앱이나 홈페이지의 증명서 발급 메뉴에서 담보 전체를 PDF로 뽑아볼 수 있다.
어느 보험사에 가입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면, 보험개발원의 '내차보험 찾기'나 한국신용정보원의 '내보험 찾아줌' 서비스로 전체 가입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사고가 난 뒤에 특약을 넣을 수는 없다.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보험료 부담도 크지 않은 편이니, 다음 갱신 때 무보험차상해 한도를 한 번 점검해 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일지는 고를 수 없어도, 내 방어선은 미리 세워둘 수 있다.